미망의 인생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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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기증 서약서-
나는 질병을 앓는 이웃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나아가 질병이 없는 미래를 우리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하여 나의 시신을 **의과대학 해부학과에 기증할 것을 서약합니다.
내가 죽은 후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규정에 따라 귀 대학의 교육, 연구 및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그 밖의 정당한 목적을 위하여 나의 시신을 기증하는 것입니다. 내 한 몸이 우리나라 의학교육과 학술연구의 밑거름이 될 뿐만 아니라, 장래 우리나라 의학발전과 국민복지 향상에 이바지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 시신기증서약서는 나 스스로 신념에 의하여 작성하였으며,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내 뜻이 저지될 수 없음을 엄숙하게 밝히는 바입니다.
지난번 아내의 장기복용약을 타러갔다가, 나는 **의과대학병원에 나의 시신기증서약서를 제출하고 시신기증증명서를 받았습니다. 60㎏도 채 안 되는 나의 초라한 육신을 땅에다 그냥 무의미하게 썩히고 가는 것보다는, 그야말로 질병을 앓는 이웃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질병이 없는 건강한 미래를 자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하여, 라는 서약서의 내용에 동의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아내와 함께 내 시신을 **의과대학병원에 기증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아내는 나보다 먼저 오래 전에 **의과대학병원에서 장기기증증명서를 받았습니다.
처음에 아내의 장기기증증명서에 동의할 때, 나는 선뜻 도장을 찍지 못했습니다.아내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주민등록증에 붙은 기증스티커를 볼 때에도 마음은 그냥 무덤덤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서부터 자식들한테 서운한 감정을 느낄 때면 스스럼없이 말을 했습니다. “ 나 죽으면 당신이 병원에다 전화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