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의 인생고개·연재소설

미망의 인생 고개

하이 드림 2009. 3. 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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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나는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고 또 호기심도 많았습니다. 한번은 마을돌담 뒤에 숨어서 친구들과 어른들 담배피우는 거 흉내 내다가 들켜서 혼났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 담배피우는 것도 내나 마을사랑방에서 배운건데, “에끼 이놈들, 올챙이가 담배를 피운다더니…!??” 하필이면, 우리아버지한테 들켜가지고 아주 혼꾸멍났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은 옆집 누나가 측간에 들어가서 뒤보는 것을 훔쳐보다가 들켰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문제의 측간이 하필이면 길가 돌담에 붙어 있어서, 안에서 뒤보는 소리가 지나가는 사람들한테까지 다 들렸습니다. 그 놈의 소리를 엿들은 것때문에 한동안 나한테는 ‘부지직’ 이라는 별명이 붙어 다니기도 했습니다.

 

  담배피우다 들켰던 일. 옆집 누나 뒤보는 거 훔쳐보다 들켰던 일 등. 이런 조금은 부끄러운 일들도 있었는데,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집니다.

 

  옛날엔 노는 게 다 그렇고 그랬습니다. 가을추수가 끝난 논바닥이나 마을동산에 가서 새끼줄로 만든 축구공이나, 마을에서 혹 돼지를 잡는 날이면 돼지오줌보에다 바람을 불어넣어서 만든 돼지오줌보를 축구공으로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리고, 산에 나무하러가다가 지게는 땅바닥에 내려놓고 각자 작대기를 가지고 공치기를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놀이가 요즈음 필드하키였습니다.

 

  그리고, 옛날에도 방울치기라고 해서 요즈음 야구 비슷한 놀이가 있었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투수·포수가 있고, 베이스가 네 개가 있어서 안타를 치고 베이스를 한 바퀴 돌아 홈으로 오면 점수가 나느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소위 말하는 타자가 자기 혼자서 왼손에 고무공을 쥐고 오른손 앞주먹으로 공을 힘껏 치고 나갔다가, 상대가 공을 잡아서 홈으로 오기 전에, 타자가 먼저 정해진 지점 한 곳만 돌아서 홈으로 오는 경기였습니다. 타자가 이기면 계속 하는 것이고, 지면 다음 사람순으로 놀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공을 힘껏 앞으로만  치면 안타가 되는 것입니다. 자치기놀이는 기본이었습니다.

 

  그때는 다 무명바지저고리에 짚신을 신고 다녔습니다. 겨울에는 버선이라도 신었지만,  겨울 말고는 항상 맨발이었습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에서야 아버지가 고무신을 사주셨던 같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