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의 인생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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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한번은 아버지가 새 검정고무신을 사다가 마루 위 시렁에 올려놓으셨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고무신을 안 주시는 겁니다. 어린 소견에 마루가 더러워지면 고무신을 얼른 주겠지 하고 일부러 맨발에 흙을 묻혀서 깨끗한 마루를 흙바탕으로 만들어놓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나절을 맨발로 시위를 한 끝에, 나는 새 고무신을 얻어 신을 수 있었습니다.
그 새 고무신을 신고 학교에 가면서, 나는 신발이 빨리 닳을까봐 벗어 들고 맨발로 걸었습니다. 돌이 없는 길에서는 맨발로 걷고, 길에 자갈이 많아서 발바닥이 아프면 신고 걸었습니다.
그런데, 그 새 신발을 학교에서 그만 잃어버렸지 뭡니까…!? 노는 시간마다 철저히 감시를 했는데도 공부가 끝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글쎄 내 새 신발이 감쪽같이 없어진 겁니다. 어떤 여석이 내 새 신발을 가져가고 낡아빠진 헌 신발을 놓고 갔습니다 그려. 그날의 허탈감을 나는 오랫동안 잊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어려서 늘 짚신을 신고 놀았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놀다가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온몸으로 비를 맞아야 했는데, 비 맞은 꼴이 영락없이 논 가운데 세워둔 허수아비 꼴이 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은 짚신 대신 어른들이 신는 나막신을 신고 다니기도 했는데, 신발이 커서 나막신 앞코에다가 잔뜩 발가락을 붙이고 다니려니 괜히 발만 아프지 결국 나막신은 벗어 들고 맨발로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겨울에는 그래도 솜바지저거리에 솜버선을 신고 댓님을 매고 다녀서 그렇게 추운지는 몰랐습니다. 겨울신발도 내나 짚신이었지만 눈이 많이 올 때는 나막신도 신고 또 장대신발을 신고 놀았습니다.
눈 위에서 신는 장대신발은 발이 눈 속에 파묻히지 않도록 긴 막대기에 발을 올려놓을 수 있게 가지가 달린 나무막대기로 만들거나, 그냥 막대기에다 발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붙인 거였습니다. 지면에 닫는 것이 막대기이고 발은 지면에서 30~40센치미터 위에 있는 발판을 딛고 걸어야 하기 때문에 그 장대신발을 신고 중심을 못 잡으면 앞으로 넘어지거나 뒤로 넘어지거나 하는데,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요령껏 얼른 뛰어내려야 합니다.
장대신발을 신기 위해서는 한참 연습을 해야 했습니다. 연습하면서 놀고, 놀면서 연습을 하는 것인데, 눈 속에서 장대신발을 신고 놀았던 추억이 아스라이 생각이 납니다.
내가 태어난 그 고향산촌은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왔지만, 겨울에는 또 눈이 많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