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학창시절 읽었던 톨스토이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 라는 작품을 노인이 돼서 최근에 다시 한 번 읽었습니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천사미카엘은 신의 말씀을 어긴 죄로 한겨울 알몸으로 인간 세상에 버려졌습니다. 저녁 어둠속에서 저 멀리 높이 솟은 교회십자가가 보였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교회를 찾아갔으나 어두운 밤에 문이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영락없이 얼어 죽을 판국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옆을 지나가던 가난한 구두수선공 시몬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구합니다. 그리고 천사미카엘은 시몬의 집에서 인간의 몸으로 또 구두수선 일을 배우면서 살아갑니다.
시몬은 매일 끼니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구두수선공이었습니다. 그날도 외상값을 받으러나갔다가 빈손으로 집에 오는 길이었습니다.
시몬이 낯선 사내를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을 보고 시몬의 아내는 처음 기가 막혔습니다. 식구들 저녁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집에서 추운겨울에 자신의 겉옷까지 입혀가지고 들어온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남편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만큼 미운 감정이 솟아 남편에게 욕을 퍼부었습니다.
그때 심성이 곱고 착한 시몬이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당신에겐 신의 사랑이 없어요?”
시몬 내외는 신에 대한 경외심이 강한 부부였습니다. ‘신의 사랑’ 이란 말을 들은 시몬의 아내는 잠시 침묵하다가 미카엘을 바라보았습니다. 처음 보는 미카엘의 선한 눈에서 동정심을 느끼며 그녀는 미카엘이 입을 옷과 먹을 빵을 내놓습니다.
시몬과 시몬의 아내는 다음 날 아침 식구들이 먹을 빵 걱정을 하며 그날 밤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미카엘은 신이 당부하신 첫 번째 진리 하나를 깨닫습니다. 그것은, 그 추운 겨울 신의 벌을 받고 알몸인간이 된 자신을 일면식도 없는 가난한 한 구두수선공부부의 ‘사랑’의 힘으로 살아났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람의 가슴속에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는 순간, 미카엘은 인간 세상에 와서 첫 번째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날 밤 시몬과 그의 아내는 조용히 웃는 미카엘의 미소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미카엘을 식구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바뀐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시몬의 구두 가게에 육중한 체격의 사내가 고급 가죽을 가지고와서 일 년 이상 신을 수 있는 목이 길고 튼튼한 구두를 만들어달라면서 거만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 신사 뒤에는 동료인 저승천사가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부자신사는 앞으로 자신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미카엘은 신께서 당부하신 두 번째 진리를 깨닫습니다.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즉, 신께서 사람에게는 자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지혜를 주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미카엘은 세상에 와서 두 번째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한치 앞을 못 보는 어리석은 존재입니다. 신은 인간에게 자신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지혜를 주시지 않았습니다. 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입니까!? 올 때도 모르고, 갈 때도 모르고, 직접체험하면서도 기억할 수 없는 것. 죽음에 대해서 인간은 아무것도 모르잖습니까?! 이것은 분명 신이 우리인간에게 주신 은총일 것입니다.
그리고 천사미카엘은, 사람이 자신의 능력으로 살고, 자신을 위한 걱정으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른 사람이 베풀어주는 사랑의 힘으로 산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빙그레 웃었습니다.
6년 전, 천사미카엘은 한 여자의 목숨을 걷어오라는 신의 말씀을 받았지만, 마침 그 여자는 쌍둥이여자아이를 낳고 지쳐 한 아이의 다리위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차마 어린쌍둥이 딸들만 놔두고 그날 당장 여자의 영혼을 거두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 지엄하신 신의 말씀을 어긴 죄로 미카엘은 추운 겨울 인간 세상에 버려졌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 쌍둥이여자아이들이 곱게 자라서 시몬의 구두 가게에 구두를 맞추러 왔습니다. 한 아이는 출산 때 어머니의 무거운 다리에 눌려 절름발이가 돼 있었습니다.
천사미카엘은 단번에 그 아이들을 알아봤습니다. 천사미카엘은 그 쌍둥이여자아이들이 어머니 없이는 도저히 세상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쌍둥이 여자아이들이 이웃집 아주머니한테 사랑받으며 귀엽게 자란 것을 6년이 흐른 후, 그날 시몬의 구두 가게에서 만나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이 베풀어주는 사랑의 힘으로 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가슴속에 있는 것이 무엇이며, 즉 신이 인간의 가슴속에 베풀어주신 것이 무엇이고, 신이 인간에게 베풀어주시지 않은 것이 무엇이며, 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를 깨닫는 순간, 천사미카엘은 신의 용서를 받고 하늘나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