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의 인생고개·연재소설

미망의 인생 고개

하이 드림 2009. 2. 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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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하마 살아온 세월 속에 내 인생 어느덧 70고개에 들어섰습니다. 머리엔 허옇게 서리가 내리고, 얼굴에 군데군데 검버섯이 피었습니다. 가슴한복판엔 뻥하니 바람구멍도 생겼습니다.

 

  ‘한 손엔 가시 들고

  또 한 손엔 막대 들고

  가는 세월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나는 젊어서도 작자미상의 위 시를 좋아했습니다. 젊어서는 어서어서 세월이 가기만을 재촉하면서 살았습니다. 차라리 한 시절이 없었으면 하고도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젊은 시절 읽었던 위 시가 내 머릿속에 또렷이 각인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읊조리니 구구절절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내 인생에서 봄, 여름, 가을은 지나갔습니다. 외롭고 쓸슬한 겨울 한철 남았습니다. 나는 마지막 남은 이 한 철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남겨진 인생의 마지막 고개를 홀가분한 마음으로 넘어가고 싶습니다.

 

  그동안, 나는 시지포스의 형벌처럼 생활이란 무거운 돌을 굴리며 힘겹게 살았습니다. 보다 나은 삶에 대한 집착의 굴레를 쓰고 답답하게도 살았습니다. 이제는 이 모든 집착의 굴레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황혼黃昏의 고갯길을 넘어가고 싶습니다. 혼자서 넘어야하는 마지막 고갯길말입니다.

 

  오늘의 이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내일來日이나 내생來生 중 어느것이 먼저 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누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 지 모르는 나의 죽음에 내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또 단풍 들면 속절없이 져야하는 낙엽처럼, 수명壽命이 다하면 처연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남겨 될 내 주검의 처리문제를 사전死前에 내 스스로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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