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의 인생고개·연재소설

미망의 인생 고개

하이 드림 2009. 3. 5. 09:17

-5-

    -첫째 고개-

   내가 인생의 첫 번째 고개를 넘어온 곳은 한 산골농촌이었습니다. 윗마을 아랫마을 합쳐서 일백여 호의 주민들이 살았,  우리 집은 아랫마을에 있었습니다. 윗마을 아랫마을 중간에 우리 논이 있었고, 논 한쪽을 경계로 해서 양쪽 마을을 드나드는 길이 있었으며, 비교적 들판도 넓고, 마을 뒤에는 해발 1151미터쯤 되는 높은 산이 있었습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은 넓은 들판으로 거기는 다 기름진 밭이었습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산골이었지만, 비교적 농토도 많고,  산에서 흘러내리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개울물이 있어서, 논농사는 항상 풍년이었습니다. 산골이었지만 물이 많은 곳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1942년 음력 6월 9일, 아침 해 뜰 무렵에 태어났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60년도 더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내가 네 살이 되던 해 바로 아래남동생이 태어난 것도 생각이 나고, 시골서 자라면서 겪었던 여려 가지 추억들이 이것저것 두서없이 생각이 납니다.

 

  그저 밖에서 놀기만 좋아하던 어린 시절, 나는 동네 같은또래아이들과 들로 산으로 마냥 싸돌아다니며 놀았습니다. 우선 어른들 눈에 안 보이면 하기 싫은 잡안 일에서 해방될 수 있었기 때문에 늘 밖에서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집 싸리문만 나서면 밖은 길만 빼고는 온통 논이고, 사방천지가 들판이며,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애들이 한번 동네사람들 시야에서 멀어지면 본인들이 나타나기 전에는 하루 종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산속을 돌아다니다가 끼니 때에 맞춰서 집에 오기는 힘든 일입니다. 시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배꼽시계로 대충 시각을 짐작하는 것인데 한번 때를 놓치고 나면 그 끼니는 산에서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집에 와서 보면 내 몫으로 남겨논  찬밥 한 그릇은 

항상 있었습니다. 산속에서 이것저것 나무열매로 허기진 뱃속을 대충 채우고 와서도  내 몫으로 남겨논 찬밥 한 그릇을 또 개끗이 먹어치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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