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의 인생고개·연재소설

미망의 인생 고개

하이 드림 2009. 3. 10. 11:45

-7-

   그리고 하루 해가 지면 저녁밥을 먹고서는 또 마을사랑방으로 갔습니다.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놀고, 아이들은 또 한쪽에서 따로 아이들대로 놀거나 어른들 노는 것을 구경하면서 어른들 노는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그러다 마을에 제사가 있는 날은 잠 안자고 기다리고 있다가 기어코 또 그 제사음식을 얻어먹었습니다.

 

  혹, 마을에 잔치가 있는 날은 그날이 아이들한테도 잔칫날이었습니다. 어른들 눈치를 봐가면서 잔치음식 얻어먹는 것도 큰 즐거움 중의 하나였습니다. 어른들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정식으로 손님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고 아이들 각자의 어머니나 주인아주머니가 손에다 얼른 한주먹 쥐어주는 그런 비공식적으로 얻어먹는 잔치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설날에는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새 옷을  입고 마을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고 다녔습니다. 어머니가 일 년에 꼭 두 번 추석날과 설날에는 새 옷을 해주셨는데, 이 새 옷을 자랑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열심히 세배를 다녔습니다. 세배는 음력정월보름까지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또 정월보름에는 오곡밥을 먹고 저녁에는 달집 태우는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동안 부스럼나지 말라고 나이만큼 표시를 해서 저고리에 차고 다니던 엄나무 패와 집안에 잡귀출입을 막기 위해서 일 년 내내 싸리문에 걸어놨던 엄나무다발을 달집에 던지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매년 정월보름에 열리는 이 달집 태우는 행사는 항상 우리 집 싸리문 앞에 있는 논에서 했습니다. 속에다 불쏘시개를 넣고 겉으로는 생솔가지로 쌓아서  원뿔노적가리마냥 만든 그 달집은 한 번 불이 붙으면 꺼질 줄을 몰랐습니다. 생솔가지 타는 소리와 함께 그 달집은 시꺼먼 연기를 내뿜으며 맹렬하게 타올랐습니다. 사방이 대낮같이 밝아진 달집 주위에서 우리들은 불 깡통을 돌리며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일 년에 두 번 큰 명절에나 집안에 제사가 있는 날은 큰집(큰아버지)에 가서 하룻밤 자면서 사촌형제누나들과 밤늦게까지 함께 놀았습니다. 이렇게 명절이나 조상님제사 때면 사촌형제들이 큰집에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지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미망의 인생고개·연재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망의 인생 고개  (0) 2009.03.13
미망의 인생 고개  (0) 2009.03.11
미망의 인생 고개  (0) 2009.03.10
미망의 인생 고개  (0) 2009.03.05
미망의 인생 고개  (0) 2009.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