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의 인생고개·연재소설

미망의 인생 고개

하이 드림 2009. 3. 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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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는  잘 익은 나무열매를 따먹기 위해 나무에 올라갔다가 가지가 부러지는 통에 밑에 바위 위로 떨어져서 뒷머리통이 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산에서는 머리 깨지고, 집에 와서는 아버지한테 혼나고, 어떤 날은 이것저것 재수없고 재미없는 날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추석을 전후해서는 마을앞산 밤나무 밑에 가서 적당한 크기의 나무막대기를 밤나무가지에다 세게 던지면 알밤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밤송이도 한두 개 땅바닥에 떨어졌는데, 그 밤송이를 짚신발로 밟고 쓱쓱 문지르면 알밤이 쏙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마을 어귀에는 마을사람들이 사용하는 공동샘물과 공동으로 삼(대마)을 찌는 삼구덩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길옆으로는 경계울타리를 만들어놓았고, 울타리 안으로는 마을사람 밭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울타리 옆으로 큰 호두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때를 이용해 장대 끝에 올가미를 달아서 슬쩍 호두 몇 개를 따먹었는데 그 호두껍데기도 짚신발로 밟고 쓱슥 문지르면 껍데기가 쉽게 벗겨졌습니다.

 

  그런데, 그 호두가 잘 익으면 껍질이 누렇게 변하면서 밤송이처럼 쫙 벌어지게 돼 있는 걸 근자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호두가 다 익어서 밤송이처럼 벌어지는 걸 그때는 한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주인아저씨가 일찍 눈치를 채고 호두가 다 익기 전에 미리 털어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과일 따는 올가미는 길가 담 밖으로 뻗어 나온 옆집 감나무에서 소리 없이 살짝 감 몇 개 따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우리가 그런 짓을 몰래 한다고 해도 우리가 한 일연의 이런 일들을 어른들은 귀신같이 알고 있었습니다. 매번 들켜서 혼쭐이 나고도 우리들은 밖에서 만나면 또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렸습니다. 어렸을 때의 이런 행위는 우리한테는 하나의 재미있는 노리였습니다.

 

   어려서는 왜 그리 뱃속이 출출한지 집에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도 돌아서면 늘 뱃속에서 허기를 느꼈습니다. 다음 끼니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어른들한테 혼나는 것보다 더 참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연의 긴장된 놀이가 우리에겐 또다른 쾌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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