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의 인생고개·연재소설

미망의 인생 고개

하이 드림 2009. 4.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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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때 서울에는 나한테 치유할 수 없는 영혼의 상처를 안겨 준 둘째누나가 재혼을  해서 살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나는 둘째누나와도 왕래를 하면서 살았습니다.

 

    둘째누나도 사실 불쌍한 여자입니다. 초등학교 문턱에도 못 가본 시골처녀였는데, 도시로 나와서 일찍 직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방직공장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어느 날부턴가 누나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함참 나중에야 안 일이었지만, 누나는 더 큰 도시로 나가서 내나 방직공장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서울에 있는 방직공장기숙사에 있었던 모양인데 예쁜 얼굴 덕분에 공고출신 방직공장기술자와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방직공장기술자와 여공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산골에서 태어나 학교 근처에도 못 가본 누나와 공고출신 방직공장기술자와의 만남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습니다. 누나는 아들 · 딸 둘을 낳고 첫 남편과 헤어졌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십 년 이상을 살았으니까 헤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나도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내가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번은 전 매형한테서 갑자기 누나가 죽었다는 전보가 와서 찾아갔었습니다. 옛날 일을 생각하면 죽든지 말든지 내 알바 아니었지만, 그래도 형제간의 정을 생각해서 나는 누나를 찾아갔습니다.

 

   매형네 식구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목욕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도 나와 매형과는 가끔 편지왕래가 있었습니다. 죽었다는 누나의 시신은 보이질 않았고 집안분위기도 초상집 같아 보이질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누나는 죽은 것이 아니고 가출을 한 것이었습니다. 결혼을 반대했던 시가에서 얼마나 눈치를 보며 구박을 받고 살았겠는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지만, 나는 매형한테 아무 말도 묻지 않않았습니다. 이틀인가를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흐른 후, 마음속에서 누나의 존재를 싹 지워버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전세방을 전전하던 우리는 방이 두 개에 마루가 하나 딸린  조그만 집 한 채를 사서 우리 네 식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때 누나가 새 매형이라는 남자와 불쑥 우리 집을 찾아왔습니다. 그 후로는 서로 왕래를 하고 살았습니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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