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의 인생고개·연재소설

미망의 인생 고개

하이 드림 2009. 4. 2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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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은 다시 막둥이하고 살게 되었습니다. 이 때도 형은 꿈적도 하지 않았습니다. 형이라는 사람은 이층집을 지어 처자식하고 호의호식하면서 살다가 칠십도 안돼서 폐암으로 죽었습니다.

 

    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자기 자식들한테 어떤 유언을  하고 눈을 감았는지는 몰라도, 형제들이 모인 자리에서나마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 한마디 안하고 그냥 무심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형은 자기 자식들은 큰딸만 빼고는 셋을 다 대학까지 졸업시켰습니다. 큰딸도 은행에 다니는 막둥이동생 덕분에 지금도 국내제일의 국책은행에 다니고 있습니다.

 

   형은 자기 자식들한테는 꽤나 많은 재산을 남겨주고 간 것 같았습니다. 그게 다 부모형제 돌보지 않고 모은 재산일 것입니다. 막둥이 말고는 동생들을 조금도 돌봐주지 않았습니다. 경제적인 도음은 고사하고, 정감어린 대화 한번 나눈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잘살면서 어찌 그리 부모와 동생들에게 인색했는지, 나는 정말 이해가 안됐습니다.

 

   형은 내 결혼식에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축의금 한 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신 결혼할 때는, 내가 그 뒷바라지를 다했습니다. 내 주머니에 있는 돈으로 신부 집까지 택시 대절해 가서 구식이나마 근근이 식을 올린 사람입니다. 형의 결혼식에 동생인 내가 축사를 읽었습니다. 결혼식 하객은 나 한사람뿐이었습니다.  

 

   사실, 큰누나와 형 그리고 둘째누나와 막둥이만 가족들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지 다른 형제들은(나와 남동생 둘)은 모두들 각자 알아서 해결했습니다. 형이라는 사람은 한 가족의 장남으로서 부모님이나 동생들에게 너무나 무책임하고 무정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족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사를 온 것은 형의 공부 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 장남 공부시킨다고 시골 논밭 다 팔고 도시에 와서 있는 재산 곶감 빼먹듯 다 까먹고나니, 어느 날 온 식구가 거지신세가 된 것입니다.

 

   형은 그 와중에서도 부모형제는 안중에도 없었고 당신은 착실히 장사를 해서 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개인택시사업을 하면서 많은 재산을 모아 자기식구들 묻힐 산까지 사놓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산에 묻혔습니다.

  

   형은 2층양옥집을 짓고 여섯 식구가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무모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남의 셋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례를 치를 때 두 분 시신만 잠깐 자기 집에 모시고 들오온 부조금은 혼자 다 챙긴 사람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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