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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말이면 아내 혼자 있는 집에 왔다가 일주일간 먹을 찬거리를 만들고 세탁물을 교환해가지고 자취를 하고 있는 모텔로 갔습니다. 큰아들이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었지만, 나는 이렇게 모텔에서 혼자 자취를 했습니다.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자취생활이었지만 60고개 중반을 넘어선 나로서는 정말 고독한 생활이었습니다.
고독이라는 것이 아침에 혼자서 밥을 먹거나, 밤에 혼자서 잠을 자거나, 승용차를 혼자서 타고 다니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육안으로 보는 세상은 총천연색이지만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었습니다. 그리고 초자아超自我속의 문이 닫혀있어서 인간세상과의 소통도 완전 두절된 상태였습니다.
젊어서의 고독은 자기 자신을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게 해주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자극을 주지만, 노년의 고독은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질병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나는 정신적으로 점점 위축됐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현실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특히, 직업에 대한 염증을 느끼면서 직장생활에도 점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성실하고 능력 있는 아파트 관리책임자로소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 그동안 최선을 다했습니다. 경비원으로 출발해서,전기기사, 전반장, 전기주임을 역임하고, 최고책임자인 관리소장에 이르기까지, 나는 아파트관리에 대한 총체적인 경험을 쌓았습니다. 실무에서 얻은 충분한 경험과 주택관리에 필요한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나는 누구보다도 아파트관리에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제도적으로 이상적인 관리기법을 찾기 위해 일반개별기업에서나 통용되는 기업이념을 아파트 관리방식으로 시도해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삼자번영(三者繁榮)의 원칙이라는 내 나름의 관리방식이었습니다.
삼자번영의 원칙은 소비자, 근로자, 그리고 기업이 즉, 삼자가 모두 만족하고 또 함께 번영을 이루어나가는 기업의 경영원리를 말합니다.
삼자번영을 위해서는 먼저 기업이 앞장서야 합니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고용인을 자기식구처럼 소중하게 여기고 대우해서 근로자도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근로자를 배려해야 합니다. 그러면 근로자도 회사에 감사하고 자기직업에 만족할 수 있으며. 또 그런 직업의 만족감에서 오는 투철한 직업정신과 장인정신으로 제품을 생산해야 작금의 까다로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소비자도 만족하고 근로자도 만족하고 기업도 만족하는 삼자번영의 원칙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아파트 관리에 있어서도 사용자인 입주자와 입주자대표회의 그리고 또 다른 사용자인 관리용역 업무를 수탁한 위탁관리회사 그리고 현장에서 관리업무를 직접 책임지고 있는 관리소직원들(관리소장 포함), 이 세 당사자가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서,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나, 아파트관리의 현실은 삼자번영의 원칙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 원인의 대부분은, 우선 아파트 관리에 있어서 모든 의제의 의결권 및 관리소장의 실질적이 인사권 그리고 관리방법 결정권과 관리업체선정 권한을 쥐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있었습니다.
즉,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관리소직원들은 형식상으로는 위탁관리회사에 소속돼 있지만 특히 관리소장의 실직적인 인사권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가지고 있습니다.(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