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의 인생고개·연재소설

미망의 인생 고개

하이 드림 2009. 4. 1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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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어떤 땐 시골사랑방에서 자고 있다가 수상한 사람으로 오인 받아 야밤중에 검문을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신분증 하나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검문을 받을 때는 형의 군번을 대고 순간을 모면하곤 했는데, 9945***로 시작되는 형의 군번을 나는 잘도 외우고 있었습니다. 형과 7살 차이가 나지만 면도를 못해서 수염이 덥수룩하고, 얼굴 관리를 못한 나는, 나이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겉늙어 있었습니다. 그런 거지나 다름없는 생활로 나는 청춘의 황금기를 허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해 여름엔 농촌에서 머슴처럼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주머니에 돈이 생기면, 부산을 거쳐, 제주도 여행을 하고, 목포를 거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야말로 東家食西家宿(동가식서가숙)하면서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십대후반까지 그럭저럭 순항하던 인생여정이 어쩌면 이렇게 비참한 난항의 길로 들어섰는지…!??  나는 눈앞에 펼쳐진 가혹한 현실을 도저히 수긍하고 받아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꿈이 사라졌습니다.

 

    나는 기관고장을 일으킨 난파선처럼 지향점이나 목표도 없이, 물결치는 대로, 바람부는 대로, 세파에 휩쓸려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매일 술로 살았습니다. 술에 취해 있으면 다른 것은 잠시 잊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취해서 정신을 잃어버리고 싶었고, 다시는 깨어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하직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술을 먹어도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다시 또 깨어났습니다. 마음은 점점 더 황폐해졌습니다.

 

   나는 화가 나면 나를 도둑으로 몬 그 친구를 찾아가 분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는 모 대학 법대생이었습니다. 그 친구 형이 수완이 좋아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동생을 대학교 3학년에 편입학시킨 것이었습니다. 대학교도 이름 있는 학교였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수완이었습니다.

 

   그리고 군에도 동생이름으로 입대를 해서 **본부 인사과에 있었는데,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 형의 명찰을 보고 안 사실인데, 분명 그때 그 형의 군복명찰에는 친구의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때 그 형의 나이는 군에 갈 나이가 지나 있었습니다. 그 형을 만난 장소도 용산 시외버스주차장이었습니다.

 

    나는 시외버스주차장에서 가끔씩 중학교동창생이나 고등학교동창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내 신분은 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때 이미 창파한 것도 모를 정도로 타락한 몸이었습니다.

 

    나는 나를 도둑으로 몬 그 친구의 형을 통해서 군에라도 자원입대하려고 애를 썼지만, 징병검사에서 보충역으로 편입된 나는 군에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우리 형과 대비되는 그 친구의 형을 일면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원수 같은 친구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흐른 후, 은행에 다니는 친구에게 들어서 안 이야기지만, 그들은 택시사업에 성공을 하고, 부동산에 투자를 해서, 수백억 재산가가 됐다고 했습니다. 내 품삯 떼먹고 수백억재산가가 되다니,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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