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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소장이라는 직책이 참 골치 아픈 자리지만, 나는 보험회사에서 조직관리를 해본 경험과 또 아파트 경비생활과 전기반장으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서 소장직책을 잘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첫 부임지에서 일년쯤 근무를 하고, 나는 천오백 세대가 넘는 큰 단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직원수만 해도 경비원을 포함해서 사십명이 넘었습나다. 관리소장 밑에 기관주임이 관리과장을 겸직하고 있었고, 전기주임, 영선주임, 경리가 두 사람에 관리소 사무직직원만 여섯명이었습니다. 기타 기관실, 전기실 기술자 두 사람씩. 그리고 경비원을 합쳐서 전체직원수가 40명이 넘었습니다.
새로 부임해간 아파트는 그해 일 년 동안에 내가 네 번째 부임하는 관리소장이었습니다. 관리소장이 자주 바뀐다는 것은 그만큼 골치 아픈 아파트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아파트 관리소장의 직책을 파리목슴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젊어서 잃어버린 인생에 대한 자신감을 육십이 다 돼서야 되찾았습니다. 근 사십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나는 항상 정식출근시간 삽십분 전에 회사에 나왔습니다. 출근하면 먼저 단지 내 청소환경부터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밤새 단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안했는지 살폈습니다.
직원들은 좀 긴장했을지 모르지만, 아파트 관리는 무엇보다도 깨긋한 단지 환경과 시설물 안전관리가 우선이고 또 그것이 최상의 관리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난방방식에 따라 아파트 관리방법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입주자를 위한 아파트 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관리목표는 무두가 똑같습니다.
즉, 아파트 관리의 최대목표는 시설물 안전관리와 전체입주자의 편익을 위한 질 좋은 행정서비스와 그리고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기술서비스 관리인 것입니다.
내가 성격이 좀 꼼곰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우선 직원들에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부터 만들어줬습니다. 소장이 전면에 서서 모든 외부의 (입주자와 입주자대표회의)간섭이나 압력을 차단해주고 직원들이 소장을 믿고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줬습니다.
한편 관리전반에 대한 명령체계는 관리소장에게 집중시키되 각 부서장에게 소속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주고, 각 부서장이 소속직원을 효과적으로 통솔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래서 각 부서가 자발적이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관리는 관리소장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단지의 주인인 입주자의 입장에서 처리하고 또 직원관리는 직원들의 입장에서 처리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