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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내가 경비원시절엔 아침조회 한 번 하려면 관리소직원들이 출근할 때까지 아침에 두 시간여를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경비원들은 하루 24시간 맞교대를 하기 때문에 아침 6~ 7시까지는 모두 근무교대를 마칩니다. 근무자끼리 서로 업무인계인수를 하면 되기 때문에 근무교대시간은 구애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밤새 잠도 못자고 근무한 경비원들을 조회 한 번 하기 위해서 두 시간여씩 기다리게 하는 것은 관리소장의 독선이고 또 우월주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경비원들 근무 교대시간에 맞춰 아침 일찍 출근을 해서 경비원들 합동조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관리소직원들은 출근과 동시에 별도로 또 합동조회를 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아파트가 경비업무를 경비용역업체에 따로 용역을 줬기 때문에 경비원은 원칙적으로 관리소직원이 아니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긴 합니다만....
조회라는 것이 관리책임자의 관리방침과 업무지침을 일방적으로 조직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의례적인 행사이면서 한편 전체 조직원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고 또 그때그때 필요한 업무지시를 하며, 직무교육을 위한 교육훈련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파트 관리소직원들은 단지 안에서 24시간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업무 및 기술적인 것 말고도 여러 가지 신경을 서야하는 일이 많습니다. 우선 주민들과의 유대관계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조회를 통해서 수시로 직원들에게 민원처리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나는 전기기술자로 출발해서 전기주임을 역임하고 관리소장이 됐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주지시키고 자발적으로 근무에 성실히 임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아무런 실무경험도 없이 자격증만 가지고 관리소장으로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미리 주지시킨 겁니다. 그러나 내가 경비원으로도 근무했었다는 사실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무슨 일이든지 명령하고 지시만 하지 않고 현장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항상 솔선수범하고 일이 생기면 앞장섰습니다. 관리목표와 관리방침을 확실히 정하되 아파트 관리는 입주자 입장에서 그리고 직원관리는 직원 입장에서 일처리 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