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의 인생고개·연재소설

미망의 인생 고개

하이 드림 2009. 5. 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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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관리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결국 사직을 했습니다. 재직기간 동안에 나는  전임관리소장이 별려놓았던 아파트 건물재도장공사와 어린이놀이터 재공사도 주민들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깨끗이 마무리를 했습니다. 손해보험회사에 저수조침수피해를 대비해서 특약으로 들어두었던 보험금을 청구하고,  피해액산정을 마친 후 보수업체까지 선정을 해주고, 나는 깨끗이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관리과장 이하 기술자전원이 사직서를 썼습니다.

 

   나는 차후에 있을지도 모르는 관리책임에 대한 위탁관리회사의 손해배상 청구에도 대비해서 근무일지는 물론 내가 소장으로 근무하면서부터 실시해온 주간업무계획서도 다 복사를 해가지고 나왔습니다. 당분간 좀 쉬고 싶었습니다.

 

   나는 그동안 아파트 관리업무에 종사하는 동안 오직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아파트관리에 대한 일말의 회의도 일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만, 입주자대표회의다, 부녀회다, 노인회다, 참견하고 시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참 많이 시달렸습니다.

 

   심지어 어떤 주민이나 동 대표자는 관리소로 찾아와서 직원들은 물론 관리소장한테까지 행패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는 이런 생활을 십육칠 년을 했습니다. 그것도 밑바닥에서부터 최고책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험을 다했습니다.

 

   쉬는 동안 나는 240일간의 실업급여수급자격증을 받았습니다. 당분간은 조금 저축해놓은 비상금을 까먹지 않아도 됐습니다. 한바탕 큰 홍역을 치르고나니 당분간은 좀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즈음 큰며느리한테서 자주 안부전화가 왔습니다. 건강은 좋으신지, 식사는 잘하시는지 하며 자주 안부전화를 해왔습니다. 저희들이 아쉬울 때나  전화를 했지 평소에 안부전화 한번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던 나는 큰며느리의 안주전화를 받고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우리내외는 내가 쉬는 동안 바람도 쏘일 겸 큰아들한테 가서 하루이틀 자고 오기도 하고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큰손자에 대해서도 애정을 보였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와서 그나마 해놓은 일이 있다면 아들 둘을 키우고 결혼시켜서 이 세상에 또 한 세대의 씨앗을 남겼다는 일일 것입니다. 씨앗을 잘 가꾸는 책임은 뿌린 자에게 있잖습니까!?(…)

 

   뿌리지 않는 씨는 나지 않는 법이며, 결과는 원인보다 클 수 없다는 것이 철학자 데카르트의 이론입니다. 데카르트는 이것을 사람의 인장(印章) 을 가지고 증명해보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원인보다 큰 결과의 나머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無에서 생긴 有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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