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의 인생고개·연재소설

미망의 인생 고개

하이 드림 2009. 5. 1. 05:56

    -43-

  

   - 다섯째 고개-

   

   나는 그동안 종로 5가 남의 한의원에서 하던 약장사는 접어두고 아내와 조그만 식당 하나를 하게 됐습니다. 50평짜리 단독주택에서 15평짜리 아파트로, 15평짜리 아파트에서 또 전셋집으로, 그동안 살림살이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원인은 별 발전 없이 지루하게 계속되는 내 인생에 대한 권태감과 자식들한테 걸었던 기대감의 상실 또 변변치 못한 직업에서 오는 열등감 그리고 삶의 의욕상실에서 비롯된 나타함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세상 살면서 지워지지  않는 인생콤플렉스 때문에 몇 가지 고질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질적인 인생콤플렉스 때문에 나는 사회생활  하면서 매사에 위축되고 주눅이 들었습니다.

 

   첫째는, 꿈 많은 청소년시절 영혼의 상처를 입고 꿈을 잃어버린 채 건달생활을 하면서 한 시절을 허비했다는 것. 둘째는,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 셋째는, 변변치 못한 직업에 대한 콤플렉스였습니다.

 

   은행에 다니는 고등학교동창들이나 다른 좋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고등학교동창회에라도 나가면, 나는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동창회를 잊어버리고 살았습니다.

 

   나는 아무리 과거를 털어버리고 또 지워버리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상처를 건드려 과거에 대한 회한만 커졌고, 삶에도 점점 지쳐갔습니다. 살아온 삶은 너무 처절한 반면, 내가 이룬 인생의 성과는 너무나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내 자신이 초라했습니다. 

 

    내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시작한 것이 식당이었습니다. 식당을 하면 식구들이 밥은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방장을 두고 하다가 나중엔 종업원 한 사람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꾸려갔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아내가 학교 앞에서 잠깐 양품점을 했었지만 아내와 내가  정식으로 함께 장사를 시작한 것은 식당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때가 내 나이 벌써 40대중반이었습니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떳떳한 직업을 가지게 됐습니다.

 

    나는 광고성냥을 만들어 지역유지들과 동네상가를 찾아다니며 식당개업을 알렸습니다. 그럭저럭 식당은 아내가 꾸려갔습니다. 어는 정도 식당운영이 자리가 잡히자, 나는 종로 5가에다 동업으로 한의원 겸 한약건재상을 개업하게 됐습니다. 나도 무언가 나대로 다시 할 일을 찾던 중 마침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나는 육 개월쯤 종로 5가에 있는 4층짜리 건물사장과 동업으로 한의원을 경영했습니다. 그동안 제약회사에서 영업활동을 하던 경험과 남의 한의원에 눌러앉아서 약장사를 하던 경험을 살려 건재도 팔면서 한의원경영을 시작했습니다. 건물사장이 점포를 대고 내가 운영자금을 투자해서 월급쟁이 관리한의사를 고용해  한약건재상 겸 한의원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종로 5가 한의원의 태반은 이렇게 사업주와 관리한의사가 따로 있었습니다. 한 달에 한의사 월급하고, 약사 월급, 경리 월급 등 운영자금이 꽤나 나갔습니다.  월급 때만 되면 입술이 바싹바싹 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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